아이를 키우면서 “이제 좀 괜찮아졌다”는 말을 처음 해본 순간

2026. 4. 2. 15:19부모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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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괜찮아질 거라고들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고, 다 지나간다고.
그 말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막상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부모에게는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진다.

나 역시 그랬다.

30개월 무렵, 우리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보통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고, 질문을 하면 엉뚱한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어린이집이나 키즈카페처럼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는 유독 힘들어했고,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강하게 거부 반응을 보였다.

그때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괜찮은 걸까?”
“내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특히 힘들었던 건 수면이었다.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잠들어도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울었다.
그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나도 점점 지쳐갔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불안이 섞이기 시작했다.

31개월이 되었을 때는 어린이집을 거부하는 시기도 있었다.
겨우 등원을 해도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공간은 피하고, 익숙한 장소로만 가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결국 발달센터 상담을 알아보고, 예약을 잡고, 상급병원 진료까지 고민하게 됐다.
그때는 정말 ‘무언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기에 내가 했던 것은 아주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었다.
아이와 더 많이 놀아주고, 눈을 맞추고, 아이의 흐름에 맞춰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했던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켜보는 시간”을 버텼던 것.

33개월쯤 되었을 때, 작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놀이터에 스스로 가기 시작했고,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뛰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됐다.
그 장면을 보던 순간, 그동안 쌓였던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때도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다.
혼자 말하기가 많았고, 함께 놀기보다는 혼자 놀이를 이어가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래서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 35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제 좀 괜찮아지고 있구나.”

아이의 말은 점점 자연스러워졌고, 친구들과의 상호작용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예전에는 상상 속 이야기로만 이어지던 대화가, 실제 상황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36개월이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매일같이 불안을 확인하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아이는 아이답게 변덕스럽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됐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확신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아마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확실히 문제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그 지점.

그 불안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리고 그 감정 때문에 아이를 더 자세히 보고, 더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가 그 시간을 지나며 느낀 한 가지는 이것이다.
아이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작은 변화들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 같지 않더라도,
그 시간이 헛되게 지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나처럼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면
조금만 더 지켜봐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같이 웃고, 같이 놀아주는 시간만은
절대 헛되지 않는다는 것도.

나 역시 그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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